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성인이 되고서도 한참 뒤에서야 내가 영구치 두 개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중 하나는 아랫니 왼쪽 첫 번째 이인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빈자리로 있어서 언뜻 보기엔 이 사이 틈이 좀 많이 벌어졌다는 정도로 보인다. 그렇게 보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문제는 위태롭게 계속 버티던 유치였다. 윗니 왼쪽 세 번째 이가 바로 유치다. 크기도 작고 뿌리가 얕아 힘도 없다. 반면에 왼쪽 두 번째 이는 세 번째 자리에 나는 이만큼 크고 튼튼하다. 언젠가 치과에서 잠깐 들은 얘기기도 하지만 유추해보니 이렇다. 왼쪽 두 번째 유치가 빠진 뒤에 영구치가 나왔지만 그건 두 번째 영구치가 아니라 세 번째 영구치였다. 두 번째 영구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로 비집고 나온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세 번째 이를 밀어낼 영구치는 없었던 것이고, 두 번째보다 좀더 늦게 빠지기 마련인 세 번째 이는 자기를 밀어내는 이가 없던 덕택에 그대로 남아 영구치 역할을 해왔다.
그 놈이 최근에 쏙 빠졌다. 흔들리기도 했고 그래서 신경도 쓰였지만 임플란트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대로 놔두던 놈이다. 어쨌거나 고생이 많았다. 그 약한 뿌리로 자기 수명보다 30년 이상을 더 버텨줬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앓던 이가 빠진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과 돈 들어갈 걱정을 함께 가지고 치과에 갔다. 간단하게 견적이 110만원이나 나왔다. 그래도 아프지 않았으니 고맙다.
은결양이 어째서 이런 걸 닮아버렸는지 모르지만 은결양도 영구치가 두 개 없다. 아랫니 가운데 두 개, 가장 먼저 빠지는 그 유치 아래에 영구치가 없다. 별 수가 없다. 성인이 될 때까지 유치가 빠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유일한 길이다. 성인이 되고 골격이 다 자란 후에야 임플란트를 해 넣을 수가 있다. 어렸을 때 사랑니 아니면 어금니가 나는 위치에서 돌이 깨진 것처럼 이빨 조각을 하나 뽑아낸 적이 있는데, 은결양도 비슷한 위치에서 이빨 조각을 뺀 적이 있다. 족집게로 집어도 쏙 빠질 정도로 작고 얕게 박혀 있었다. 그게 혹시 퇴화된 어금니가 아닐까 걱정이 되어 치과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다행히 그건 퇴화된 사랑니였고 아랫니 앞쪽에 영구치가 없다는 소중하고 슬픈 사실만 새로 알게 됐다. 다른 것도 그리 닮을만하다고 추천할 건 별로 없는데 게 중 가장 닮지 말아야 할 것을 닮아서 참 안쓰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돈 많이 벌어서 꼭 좋은 이를 만들어 줘야지. 은결양 유치야! 빠지지 말고 잘 버텨다오.
- 2011/05/26 01:15
- theleft.egloos.com/4979393
- 덧글수 : 2




덧글
klimtlove 2012/03/23 11:46 # 삭제 답글
오늘 처음 블로그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고 있는 중입니다.음...
글을 보며.. 지난할 것 같은 일상이 이런 저런 단어들의 조합으로 재미와 흥미를 주는 것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글 감사하구요 글 읽다 조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잠깐 글 남겨요.
이빨은 이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사람한테 쓸때는 이빨보다는 이가 좋지 않을까요?
left 2012/04/17 11:39 #
한 번도 '이빨'이 '이'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그런 의도로 사용한 적도 없는데 사전을 보니 그렇게 나와 있네요. 국어사전과 학생들을 위한 맞춤법을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듣고 보니 괜히 거칠어 보이기도 하는 거 같고. 함 고쳐 봅니다.